[알드노아 제로][인코이나, 레예이나 외] 3개월 후, 노보스탈리스크 지구연합 본부 알드노아 제로-팬픽(창작)

(*지구 사이드 중심입니다)
(* 1편입니다. 속편으로 슬레인 쪽도 나올 겁니다. 아마...)
(* 생각 끝에 자츠바움과 공주님은 죽은 걸로 했습니다;;)

 -2015년 3월, 러시아 노보스탈리스크

 아미후미 인코는 오늘도 꿈을 꾼다. 악몽은 아니다. 어찌 보면 좋은 꿈이다. 현실과는 전혀 다른 미래,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일상을 보내는, 깨고 난 뒤에는 늘 울고 싶어지는 꿈이다.
 만약 그날 자신이 조금만 더 일찍 그 방에 들어갔다면, 무언가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결코 울지는 않는다. 눈물이 나도 필사적으로 참는다. 눈물을 흘리면 무언가가 끝나버릴 것 같아서. 그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울고 나면, 분명 자신은 포기해버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와 보낸 시간을 과거의 것이라고 단정지어 버릴 것 같다.
 그것만은 안 돼.
 결코 울부짖지 않겠다. 그와의 추억을 과거의 일로 잘라내지 않는다. 추억으로 분류한다니, 말도 안 된다.
 그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으니까.
 그럼 나는 기다릴 뿐이다. 
 그렇게 결심했다.
 소꿉친구인 카이즈카 이나호는 돌이켜보면 자신과 정말 많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은 이나호에게 결합되었고 이나호의 인생은 자신에게 결합되어 있어서, 이제 와서 떼어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어렸을 적부터 수많은 추억들이 그와 함께였고, 지긋지긋할 정도의 긴 인연은 이미 거기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전쟁이 시작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언제나...자신이 싸울 때는 그가 있었다.
 “이나호...빨리 일어나 줘.”
 하얀 병실. 하얀 침대시트와 이불. 하얀 벽.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년의 머리카락과 살색을 빼면 모든 것이 흰색인 방은 의료기기가 작동하는 삑삑 소리가 나는 것 외에는 고요하다.
 노보스탈리스크 공방전이 끝난지도 3개월, 별다른 전투 없이 소강상태로 100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정도의 시간이 흘렀건만, 중상을 입은 카이즈카 이나호는 아직도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다.
 그날, 양륙성 전원이 전부 꺼지고 상대하던 병력 제압을 다 마친 뒤였다. 드디어 작전이 성공한 거구나! 기뻐하며 카이즈카 유키와 함께 알드노아 드라이브 체임버라는 곳에 뛰어들어갔었다.
 "공주님! 성공한...아?"
 거기에 있었던 건 어세일럼 공주가 아니었다. 한쪽 벽이 박살이 난 방, 벽을 뚫고 들어온 듯한 반파된 슬레이프니르, 그리고 콧속 가득히 느껴지다 못해 입안에까지 피맛이 느껴질 정도의 짙은 피비린내.
 "헉...?!"
 벽 한쪽에서 화성기사로 보이는 사람의 시체를 발견하고 기겁하려는 인코에게 유키는, 
 "조심해."
 총을 들고 경계하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발견했던 건...
 "....윽."
 지금 생각해도 신음이 나온다. 머리 쪽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져 있던 이나호의 모습을 보고 자신은 그저 절규하며 혼란에 빠질 뿐이었다. 그 추태라니, 정말 자신은 한심했다. 정작 친누나인 유키는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고 의료진을 수배했는데. 사실 제일 혼란에 빠지고 싶은 것은 가족인 유키가 아니겠는가? 부모 없이 고아로 살아오면서 오랫동안 이나호만이 유키의 유일한 가족이었으니 평범한 남매보다 더할 테지. 아무리 어른이고 군인이라 하더라도 그럴 때는 혼란에 빠지고 싶을 거다. 생각해보면 유키 역시 그다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었고.
 나중에 조사한 바로는, 그 근처에서 또 다른 사람의 혈흔이 대량으로 발견되었다. 아마도 어세일럼 공주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듀칼리온의 알드노아 드라이브가 꺼졌으므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컸다. 누가 어세일럼(의 시체?)를 데려갔는지, 그녀가 어디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이다. 양륙성의 주인 자츠바움 백작으로 확인된 화성기사가 있었던 곳으로 보아, 이나호와 서로 총을 쏜 끝에 쓰러졌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리고 벽이 부서진 정도로 보아 슬레이프니르가 혼자 벽을 들이받았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양륙성 내에서 또 다른 화성 카타프락트(흰색이었다고 한다)를 목격한 병사들의 증언을 보아, 아마도 그 기체의 파일럿이 한 일로 추정되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
 매일같이 방문하는 병실이건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몸에 났던 자잘한 상처는 거의 다 나았고, 호흡기도 이제는 필요없다. 문제는 다친 머리 쪽의 후유증이다. 총탄은 다행히 뇌에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했으나 이나호에게서 왼쪽 눈을 앗아갔고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지금 거즈로 가려져 있는 뻥 뚫린 왼쪽 눈 자리의 구멍은...상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이나호가 깨어나면 아마 의안을 해넣게 되리라. 깨어나면 말이다. 깨어나면..... 가망이 없는 상태라는 진단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기약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벌써 몇 달이 지났으니, 깨어난다 해도 한동안은 재활 과정을 거쳐야 하리라.

 "미안해... 내가 조금만 더 일찍 들어갔다면...조금이라도 일찍 치료할 수 있었을까...?"
 오늘도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쪽밖에 없는 눈이라도 좋으니 제발 그의 감긴 눈이 떠지기를 바랬다.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건강하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분명 그때가 와도 각오할 여유조차 없겠지. 그 순간에 어떤 생각을 할까, 그저 가만히 기다릴 뿐이라니 참을 수가 없어.]
 첫 출격을 하기 전날 밤에 했던 대화가 떠오른다. 무뚝뚝해 보여도 언제나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위험할 때는 자기가 먼저 뛰쳐나가고 가장 위험한 역할을 맡았다.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배려하고 드물지만 걱정도 드러냈다. 저런 말을 했던 장본인인 이나호는 마지막에, 아니 마지막 따위가 결코 아니라 '그 때' 무슨 생각을 하며 총에 맞아 쓰러졌을까.
 주머니 속에 가지고 있던 펜던트를 꺼내본다. 그 자리에서 발견되었던 것인데 어쩌다 보니 자신이 지니고 있게 되었다. 나중에 야가라이 의사에게 듣고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어세일럼이 가지고 있었던 일종의 부적이라고 한다. 왜 그녀가 지구 부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코는 이나호가 깨어나면 건네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다. 좀더 공주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유키 말로는 공주를 좋아했다는(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나호에게 어울린다. ....사실상의 유품이니까.

 어김없이 오늘도 살짝 흐른 눈물로 빨개진 눈가를 닦으며 병실을 나가는 길에 문앞에서 의외의 상대와 마주쳤다.
 “아, 레예 씨. 그리고 에델리조 쨩...?”
 “오늘도 병문안이야?”
 “응... 그쪽도?”
 “맞아.”
 “그렇구나....”
 침묵.
 상대가 원래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고, 부은 눈가를 들켰을까 당황하다가 뭐라 딱히 건넬 말을 찾지 못했다. 아는 사이라지만 그다지 절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었고.
 “...그럼, 이만. ....힘내, 아미후미.”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가, 자신과 엇갈려 병실에 들어가는 레예가 마지막에 속삭인 말에 인코는 놀랐다. 무뚝뚝한 편인 그녀가 그런 말을 건넬 정도면, 그렇게 티가 났나. 닫혀버린 병실 문을 멍하니 보다가 인코는 발걸음을 돌려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렇다, 유키도 최소한 남들 앞에서는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씩씩한데 자신이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기다려야지. 내게 주어진 일을 해야지.

 레예 아리아시는 이 3개월간 자신에게 많이 놀라고 있었다. 자신이 이토록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는 것에. 노보스탈리스크 공방전이 끝나고 지구군에 자원입대한 뒤(지금도 파일럿복 차림이다), 자신이 주변 사람과 다르다는 위화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여러 가지 뒤처리를 하느라 지구연합군이 정신없는 탓도 있었으리라.
 “빨리 일어나, 카이즈카.”
 그녀 자신은 모르지만 레예는 방금 이곳을 방문한 소녀와 거의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이렇게 되기 전에는 이름을 알면서도 한 번도 불러준 적이 없었던가. 그는 자신을 레예 씨라고 불러준 적이 있었는데. 하긴 그 정도의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자신 쪽에서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걸 밝힌 뒤에는 독방에 갇혀 있느라 만날 기회가 없었고.
 “이 사람은 공주님이 어떻게 됐는지 보았을까요..”
 옆에 있던 조그만 소녀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했던 말을 또 한다.
 그렇지, 자신이 스스로에게 놀란 것은 이 소녀와 어느새 꽤 가까운 관계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에델리조가 충실하게 섬기던 공주님을 한때 죽이려 했던 것이 바로 자신이건만. 특별한 계기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다.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다고 할까. 양륙성이 함락될 무렵, 자신이 상대하던 카타프락토스가 날아가 버리자 다시 아레이온으로 도크로 돌아갔다가 화성 군인들에게 붙잡힌 에델리조를 구한 것이 그녀이기는 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친밀해진 건 어세일럼 공주의 실종이 확인된 후였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렇게 매번 트집 잡지 말 걸 그랬어요. 계속 공주님을 지켜준 사람이었는데.”
 에델리조는 이나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일한 지인이자 의지하던 상대가 없어진 소녀는,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감안해서 민간인으로 분류되었다(전투기술을 안다 해도 군에 투입시키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고, 열두 살짜리 어린아이를 실전에 참여시키고 싶어하는 뻔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피난민들에 섞여 그럭저럭 씩씩하게 잘 지내는 것 같으면서도 공주를 걱정하느라 많이 외로워하고 우울해하는 것 같아,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찾아가 챙겨주곤 했다. 자신을 째려봐도, 안 좋은 소리를 들어도, 달갑지 않아해도 자신의 업보니까 참고 견뎠다. 그리고 언제였던가? 공주가 사라지고 2주일 뒤? 3주일 뒤였던가? 이 아이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던 것이.
 생각난다. 갑자기 매달려 오더니, “흑...공주님...어떡하죠. 전....미안해요. 공주님은 이미 당신을 용서했는데 미워해서 미안해요. 공주님이...” 제대로 말이 되지 않는 사과와 오열을 섞어가며 울었더랬지. 도저히 발견되지 않는 공주의 생존 가망이 점점 절망적으로 변해가던 때였다. 그 나이를 생각하면 좀더 일찍 이렇게 되는 게 당연한데, 이 정도까지 버틴 것도 참 당찬 아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 에델리조는 레예가 한가할 때마다 붙어다니기 시작해서, 오늘도 병문안까지 같이 왔다.

 "일어날 거야. 분명 살아날 거야. .....살아 있을 거야."
 마지막 말은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년만을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 에델리조를 위로하면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었다. 좀더 진지하게 사과하고 싶었는데. 속죄를 위해서라도 앞으로는 지켜주고 싶었는데.
 "......"
 생각의 주체를 바꿔, 레예는 눈앞의 소년에 대해 생각했다. 자신에게 카이즈카 이나호는 무엇인가? 아군이긴 하지만 친구라기엔 부족한 친분이었다. 연인은 더더욱 아니다. 맨 처음에 같이 싸웠고, 그 뒤에도 계속 같은 일행이었다. 한동안 비밀을 공유했고, 두 번째로 쳐들어온 기체가 다시 습격했을 때는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자고 생각해왔던 자신의 생각에 반해 보트를 타고 가장 먼저 그를 회수하러 갔었다. 돌아온 두 사람을 보고 아미후미 인코와 캄 크래프트먼이 살짝 김샌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에는 세 번째 싸움에서 마지막에 도왔고, 그 뒤에는...샤워장 사건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수건만 둘렀을 뿐인 알몸을 보여준 건데, 그땐 흥분 상태라 신경쓸 기력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겨우 마음을 정리하고 편해졌을 때는....
 "....."
 마음이 복잡했다. 그가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휘청거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혹시 나, 이 녀석을 좋아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별다른 접점도 없었는데? 그러나 그 가능성을 깨달았을 때 이미 상대는 제대로 대화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 
 마음 속으로 다시 한 번 말을 건다. 빨리 일어나줘. 그래야 나도 내 마음을 제대로 파악하든 정리하든 할 것 아니야. 아직 감사 인사도 못하고 아무 말도 못했어. 좀더 친해지고 싶었어. 이 전쟁이 끝나도...돌아갈 곳도 없는 난 지구에 남고 싶어. 그러니까...
 ....이 정도로 하자. 너무 이르다. 레예는 너무 멀리까지 가려는 자신의 생각을 억눌렀다.
 "...그만 가자. 저녁 같이 먹을래?"
 "아, 네!"

 다르자나 매그버리지는 준장으로 승진했다. 사령부가 거의 괴멸된 상황에서 그녀의 상급자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던 상황인지라 대령 계급으로는 무리였던 지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개월간 여유가 거의 없었다. 자신 역시 부상을 치료해야 했고, 박살이 난 지구연합 본부 수리를 지시하고, 적과 아군을 막론하고 전사자의 시신을 수습해 매장하고, 함락된 양륙성에서 항복한 화성군 포로들의 처우를 생각하는 등 각종 뒷수습을 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것이다. 게다가 혹시 또 적습이 오지는 않을까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그리고 현재는 본부에 남아 있던 자료들을 통해 듀칼리온의 건조 과정에 대해 파악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즉 듀칼리온은 15년, 아니 16년 전 타네가시마에 강하했던 카타프락토스에서 알드노아 드라이브를 떼어내 이식했고, 그것을 연구해 알드노아 드라이브만 기동하면 바로 움직이는 전함을 설계해 만들었다는 이야기군요. 카타프락토스가 원래 갖고 있던 능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는 거고요. 즉 지구제 물건이라 해도 알드노아 드라이브만 이식하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최초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알드노아 드라이브의 매커니즘을 해석해서 그걸 설계한 사람이 있다는 건가...대단하군." 
 "그 말이 맞습니다. 그래도 10년은 걸린 것 같지만요, 마리토 소령."
 역시 전투 후처리 문제로 계급이 올라간 마리토의 대답에 다르자나는 그렇게 말했다.
 "원래 알드노아를 연구하던 베르톨트 트로이어드 박사라는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그 우수함으로 인해 일본까지 동원되어 와서 극비 연구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동시킬 수가 없어서 방법을 찾으러 5년 전에 아들과 함께 화성으로 갔다가 소식이 끊겼고, 기다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방치되었다는 얘기예요."
 "대단한 사람이네. 그런데 왜 아들까지 데리고 간 거지..?"
 "그쪽은 개인적인 일이라 자료가 거의 없지만, 아내가 일찍 사망했다는 모양입니다."
 미즈사키 카오루가 대답했다.
 "그럼 박사와 그 아들은 지금...아니, 생각해 봐도 소용없나."
 잠시 침묵.
 ".....어쨌든, 지난번 전투에서 얻은 알드노아 드라이브들. 그걸 우리 쪽에서 써먹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는 건가."
 이야기가 너무 샛길로 샌데다, 자신도 말했듯 생각해 봐야 소용이 없는 문제다. 마리토는 이야기를 돌렸다.
 "문제는 그걸 기동시킬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건 그래."
 그랬다. 각종 크레인을 이용해 간신히 양륙성에서 떼어낸 듀칼리온이었지만,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던 것이다. 양륙성과 거기 반파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백작의 카타프락토스 역시 그럭저럭 잔해만 치웠을 뿐 그대로였다. 지금까지 손댈 여유가 거의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여유가 어느 정도 생긴 지금도 수리해봐야 쓸 수가 없다는 사실만이 가로놓여 있을 뿐.
 "어세일럼 공주가 정말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전쟁을 멈출 수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구연합은 현재 실로 존망의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이런 자리에서 해도 돼?"
 "괜찮습니다. 공식 회의 자리에서 하는 것보다는 낫겠죠."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두 사람과 미즈사키뿐이었다. 정식으로 부하들에게 알리기 이전에 의논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느새 마리토를 미워하는 감정은 없고, 그에게 깊은 신뢰를 품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만약 어세일럼이 있었다면, 카이즈카 이나호가 건재했다면 아마 알드노아 드라이브를 탑재한 기체는 그에게 맡겨졌으리라고 다르자나는 생각했다. 그 누구보다 뛰어난 전과를 거둔 병사였으니까. 하지만 생각해봐야 소용없는 몽상을 하는 자는 군 지휘관이 아니다. 이미 그에게 소위 계급을 사실상 추서하고 약식으로 훈장까지 수여한 것은 자신이었다. 형식뿐이라지만, 의의가 전혀 없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싸워야겠죠. 항복해봤자 의미는 없으니까요."
 미즈사키의 말에, 이미 이 전쟁을 전근대적이라는 의미의 정복전쟁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던 마리토는 동의했다.
 "그건 그래. 해봤자 받아줄 것 같지도 않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본부의 수성에 힘쓰도록 하죠."
 세 사람은 그렇게 결의를 다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지구연합에서 아마도 최고로 우수할 병사, 그들의 희망이 눈을 뜨고 있었다.
 ".......?"
 카이즈카 이나호는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났다.
 "........으." 
 새하얀 천장. 주변을 둘러보려고 해도 몸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 시야가 묘하게 좁고 원근감이 적다. 눈을 깜빡일 때마다 시야가 차단되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힘겹게 팔을 들어보니 매우 가느다랗다. 얼굴에 위화감. 한쪽 눈, 아니 사실상 얼굴 반쪽에 커다랗게 거즈가 덮여 있다. 무시무시하게 불길한 위화감. 이 느낌. 설마. 하지만 그 전에 더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
 마지막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적장을 끝장내려던 참에, 옆에서 밀려들어온 예상치 못한 엄청난 충격. 만신창이가 되었던 자신. 잘 보이지 않던 눈앞. 어세일럼의 상냥한 목소리.
 "세... 셀럼...씨."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기억이 폭발한다. 어세일럼이 총을 맞은 후, 주변 상황은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왠지 총성이 들린 것 같긴 하지만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콕핏에서 나오기 위해 노력했고, 타격이 커 일어설 수가 없자 기어서라도 그녀의 곁으로 갔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총을 겨누던 화성 군인. 오렌지색이라는 호칭을 듣고 알았다. 아, 그 때 그 녀석이구나. 자신도 그를 그때 부른 호칭인 박쥐라 부르며 돌아보았다. 의외로 자신과 비슷한 또래였다. 서양계인가. 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상당히 감정적인 타입으로 생각되었는데, 싸늘한 무표정으로 자신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여기에서 공주에게 손대지 말라니, 그럴 수는 없지. 치료해야 되잖아. 그녀가 죽었을 리 없으니까. 이 녀석이 공주를 죽이려 하는지 살리려 하는지 알 수 없어. 애초에 적군이다. 방해한다면 이 몸으로라도 싸워야 한다. 내가 어떻게 되건 간에. 이성을 수습하고 자신도 총을 겨눈다. 셀럼 씨.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녀. 어세일럼 공주. 어세일럼 버스 앨루시아. 계속 그 광경이 떠오른다.
 폭발할 것 같은 감정을 늘 그랬듯 이성으로 억눌렀기에, 이 순간에도 이나호의 표정에 겉으로 드러난 감정은 적었다.
 아니, 애초에 여긴 어디지? 아, 병원인가. 총에 맞았던 것 같으니까. 얼마가 지난 거지? 셀럼 씨는 구조됐을까? 무사할까? 그때에야 자신의 감정을 어렴풋하게 깨달았다. 당장 만나고 싶다. 만나서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쨍그랑!
 "나오군---!"
 물을 갈아주고 오던 꽃병을 깨뜨린 채, 눈을 뜨고 자신 쪽을 바라보는 동생을 본 유키의 감격한 목소리를 들으며 이나호는 멍한 머리로 어라, 유키 누나네, 뭐부터 물어볼까. 우선은 셀럼 씨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이 언제인지, 상황은 어떤지에 대해서부터 시작할까...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카이즈카 이나호는 돌아왔다. 기나긴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그를 기다리던 누나의 곁으로, 친구들의 곁으로, 아군의 곁으로 마침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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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몰라!>_ㅠ 결국 썼어요! 한 3시간 걸렸나?;; 공부도 안하고 뭐하는 짓인지. 내가 초등학교 이후로 근 10년간 이런 걸 써본 적이 없는데 머릿속에서 넘쳐나는 망상들을 주체할 수가 없네요. 트위터나 블로그 등에서 많은 분들의 멋진 썰들도 많이 봤고.>_< 7, 8화 방영 전에도 엄청 상상했지만 결국 그걸 밖으로 토해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3개월의 공백은 컸던 모양이에요...점점 알드노아를 잊어가는 건 싫어서 뭐라고 계속 써야 될 것 같은데, 쓸 건 없고..해서. 결국 쓰게 됐다는 얘깁니다.

아아, 근데 전 통 글재주가 없나 보네요. 문학적인 수사나 비유 같은 건 거의 없고 그냥 상황 서술 위주인 나....

-사실 진짜로 쓰고 싶었던 건 이 다음에 쓸 슬레인 쪽인데, 아무래도 그 전에 지구 측 및 이나호 측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우선 지구 사이드 중심으로 쓴 글입니다, 네. 팬픽에서는 거의 못 다뤄지는 어른들 쪽 얘기도 써보고 싶었구요;; 결과적으로 그 부분 완성도가 좀 아쉽게 되었지만;;

-트로이어드 박사와 듀칼리온 관련 썰은 순수하게 제 창작입니다;; 하하. 만약 원작에서 이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 될 경우, 거기다가 슬레인이 지구군 즉 듀칼리온과 적대하게 된다면, 정말 아이러니겠네요. 아버지가 만든 배를 그의 하나뿐인 아들이 적대하게 되다니...아니, 이미 박사가 구해준 자츠바움이 지구를 파멸로 몰아넣었으니 반쯤 이루어진 걸까요?
트로이어드 박사의 이름은 아무래도 나오질 않았다 보니 적당히 지어냈는데,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리자 호크아이의 아버지 이름에서 땄습니다. 머스탱 대령의 스승으로, 이미 고인이지만 작중 최강의 연금술인 불꽃 연금술을 만들어낸 사람이죠;;

-유키 쪽 이야기는 일부러 쓰지 않았습니다. 도저히 그녀의 심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졸지에 설명 및 회상 담당이 되어버린 인코를 통해 대략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걸로 퉁치죠 뭐(...)

-으아, 쓰고 보니 마무리 부분 이나호 파트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참을 수가 없네요! 제 나름대로 캐릭터 해석을 해보긴 했는데....게다가 마지막 문장도 아쉬워요.ㅠㅠ

2편인 '[이나슬레?]6개월 후'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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